청년 로컬크리에이터 _ 한세나
“그림책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요. 마음을 여는 가장 다정한 문이죠.”
금천구에서 한세나가 실험한 ‘시니어 그림책 힐링’
한세나

‘오리너구리 프로젝트’의 참여자 한세나 님은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할 때 ‘비비(VIVI)’라는 닉네임부터 꺼낸다.
생생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세례명 ‘비비엔나’에서 가져온 울림.
그 이름에는 그녀가 살아가고 싶은 방식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제 정체성은 닉네임 속에 있어요. 생생함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Q. 오리너구리의 정체성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비비(VIVI)’라는 닉네임을 써요.
세례명 비비엔나에서 가져온 이름이기도 하고,
‘생생한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도 있어요.
영문 V 사운드를 좋아해서 더 애착이 가더라고요.”
이 닉네임은 그녀가 일과 삶에서 지키고 싶은 태도이기도 하다.
“이번 실험은 시니어와 그림책을 연결해보는 작업이었어요.”
Q. 이번 활동에서는 어떤 실험을 하셨나요?
“그림책 테라피…?라고 부르기도 하고,
조금 순하게 표현하면 ‘그림책으로 힐링하는 시간’이에요.
중장년·시니어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어요.”
서울 시흥의 시니어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그 궁금함이 그녀를 이 실험으로 이끌었다.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시흥과 서울 시흥은
거리는 가깝지만 삶의 방식, 상권, 환경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 차이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사람을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실험이에요.”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도구가 아니에요.
성인에게도 강력한 전달력이 있어요.”
Q. 보통 그림책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왜 시니어에게 적용했나요?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 중반에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림책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고, 너무 울림이 있는 거예요.”
그녀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그림책도 있었다.
“내용이 화려하지 않은 책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울컥했어요.
이건 아이들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닿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글이 없어도, 노년의 삶을 지나온 분들이라면
그림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에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오히려 삶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Q. 시니어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생님 자신의 삶의 속도나 가치관에 변화가 있었나요?
“변화라기보다… 감사함이 생겼어요.”
그녀는 두 분의 참여자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 분은 보육·교육·복지의 역사를 몸으로 지나온 ‘산 증인’.
다른 한 분은 결혼을 선택하며 교편을 내려놓아야 했던 시대의 선생님.
“두 분의 삶을 듣는 순간,
제가 막연히 걱정하던 ‘나의 노년’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위로가 되었어요.
두 분의 열린 태도, 타인을 기다려주는 태도…
저는 오히려 치유받았어요.”

“한 사람의 이름이 이렇게나 큰 감정의 문을 열 줄은 몰랐어요.”
세나 님이 크게 적어준 참여자의 이름.
그 순간, 참여자는 눈물을 보였다.
Q.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이름을 불러드렸던 순간이에요.”
두 명만 참석한 소규모 프로그램.
세나 님은 각자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드렸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선생님’, ‘어르신’으로 불리잖아요.
그런데 자기 이름을 크게 적어드리니까
두 분 다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눈물을 흘릴 정도로요.”
그날 프로그램은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한참 멈춰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자기 이름이 존중받을 때,
그 순간 가장 깊이 열리는 것 같아요.”
“금천구에 남기고 싶은 가치는… 좋은 어른을 만나게 해주는 연결이에요.”
세나 님이 만난 두 명의 참여자가 남긴 따뜻한 피드백 메시지.
Q. 앞으로 1년 뒤, 이 활동이 지역에 어떤 가치를 남겼으면 하나요?
“이름을 회복하는 경험,
자기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
그런 감정이 누군가에게 쌓이면 좋겠어요.”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이후 이렇게 말했다.
“내 삶의 레이블이 사라져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을 통해 내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오래 살아온 이름이 이렇게나 가치 있게 불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도 그 말을 들으며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한세나 님의 프로그램은
그림책이라는 가장 부드러운 도구를 통해
사람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림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며,
이름은 그 사람의 세계를 다시 일으킨다.
두 명의 참여자와 함께한 작은 실험이지만,
그 울림은 금천구의 어딘가에서
지금도 조용히 확장되고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