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빌딩 숲에서 '우리 동네'가 되기까지: 금천구 전입 2년 차 기록 3. 서울둘레길과 호암산
낯선 빌딩 숲에서 '우리 동네'가 되기까지: 금천구 전입 2년 차 기록 3. 서울둘레길과 호암산

(나처럼) 걷는 걸 좋아하는 동네 주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있다. 금천구를 지나는 서울둘레길 코스는 두 곳이다. 석수역에서 시작해 호암산을 지나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끝나는 12코스와, 석수역에서 시작해 안양천 물길을 타고 구일역에서 끝나는 13코스.
13코스는 평지 위주에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평소에도 자전거를 타고 자주 오가던 길이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도파민을 충전해 보고자, 날씨 좋던 어느 주말 12코스에 도전했다.

초보자도 가볍게 오를 수 있다는 후기만 믿고 아침 공복 상태로 물병 하나 달랑 들고 집을 나섰는데, 아주 큰 실수였다. 호암산 숲길공원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었다. 완만할 것이라 예상했던 길은 초입부터 꽤나 가파른 바위와 흙길로 이어졌고, 체감상 1시간 가까이 쉴 틈 없이 오르막만 계속해서 나타났다. 초행길이라 이 오르막의 고난(?)이 대체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어 한층 더 막막했다. 서울둘레길 안내도에 호암산 구간이 왜 '중급' 코스로 분류되어 있는지 몸소 실감했다.

'지금이라도 그냥 다시 내려갈까' 하는 생각을 오백 번쯤 했을 때, 드디어 걷기 좋게 나무 데크를 깔아놓은 완만한 평지 구간이 길게 이어졌다. 그제야 주변 풍경을 둘러볼 여유가 좀 생겼다. 지대가 꽤 높은 덕분에 금천구 도심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고, 머리 위로는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그늘을 만들어주어 땀을 식히며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배도 고프고 덥고 힘들어서 완주까지는 무리였기에, 중간 지점쯤인 호압사에서 걸음을 마무리했다(호압사까지는 평지가 계속 이어진다). 가벼운 아침 산책을 생각했다가 제법 묵직한 산행이 되어버렸지만, 그날의 기억은 제법 좋게 남아 있다. 선선한 바람과 새소리, 그리고 산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까지.

초반의 가파른 산길 구간만 조금 견뎌낸다면, 깊은 숲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산책이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코스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밥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반드시..) 다시 가볼 생각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물 여권을 발급받으러 멀리 찾아가기 번거롭다면,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 간편하게 스탬프 인증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