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공동체경제통합지원센터, 금천곳간

금천 마을 기록관

도로 하나로 시골

도로 하나로 시골

 

요즘 들어, 날씨가 선선해지니 풍경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더울 때는 그저 바삐 갈 길을 재촉하느라 풍경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니 아침, 저녁으로는 다니는 길목의 변화나 계절감, 사람들의 옷차림 등을 눈에 담게 된다.

 

내 주거지는 '시흥대로'이다. 금천구와 독산동 양쪽에서 모두 애매한 위치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출, 퇴근 편도 도보 30, 대중교통으로도 30분이라는 기적의 거리)

그래서 여타 사람들보단 그래도 출, 퇴근 시 걷는 시간이 나름 길다고 생각하는데, 근래 들어 여러가지 일정이 많아 금천구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점점 내가 보게 되는 금천의 골목이 늘어간다.

 

이번에 소개할 소재는 '과거의 정취를 담은 골목'이다.

 

나는 유년시절,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 때때로는 바쁜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시골의 그 고즈넉함이나 은은한 말린 고추 냄새, 고소한 들깨의 냄새, 어딘가 쿰쿰한 메주 매달아둔 곳에서 나는 냄새 등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냄새는 추억을 회상하는 수단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나는 그럴 때마다 느낀다.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도시의 사람들이 유독 더 8282에 집착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려서일까.

시골 특유의 여유와 정취를 쫓게 되는 내가 벌써 낯설어진다.

 

근래 들어 물밀듯 밀려오는 이런 그리움은 우리 집 근처 '시흥대로 147'에서 유독 겹쳐진다.

이 골목에는 노인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집 앞에는 경로당이 있다.

가끔씩 8-9시 출근을 위해 7시에 집을 나서면 집 앞 경로당은 이미 노인분들의 북적북적한 소음, 웃음소리, 따뜻한 음식 냄새가 난다.

1달 전에 버스를 타러 도로 옆 골목을 지나칠 때는 고추를 말리는 집의 모습도 목격했다.

가산초교를 가기 위해 올라가는 도로변에는 오래된 미싱집이 있고, 더 오래돼 보이는 철물점과 '콤퓨타 수리점'이 있다.

이 가게들의 사장님들은 경로당분들처럼 매우 부지런하셔서 이른 아침인데도 항상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이외에 금천뮤지컬센터로 갈 일이 있어 그 도로를 올라가면, 8-90년대 사진에서나 보던 밀링, 가공, 공구점이 보였다.

'시흥대로'라고 이름붙여진 곳에는 골목마다 이런 정취가 묻어있는 것일까?

 

저녁의 어스름한 어둠과 가게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연노랑 전등의 색이 마치 필름 영화 속 온기를 느끼게 해 나도 모르게 거리의 풍경을 찍고 있었다.

수평도 안맞고, 기본 카메라로 보정없이 손가는 대로 찍은 거라 잘 찍었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을 추억하고 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집을 가는 골목길의 어느 주택에는 귀여운 벽화가 그려진 집도 몇몇 있는데, 그중 사랑을 가득 먹여주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귀여운 벽화도 있어 웃음을 자아내 찍어 보았다.

 

정겨운 시흥대로에서 한발짝 걸어가 가산초교 쪽의 도로로 나가면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차들이 쉴틈없이 오가고, 경적이 울리고, 세련된 차림의 직장인들이 침침한 낯을 하고서 오간다.

최근에는 이런 완연한 도시의 낯을 한 거리가 고작 몇 걸음만으로 정겨운 시골의 골목길처럼 이미지가 달라지니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런 한 발자국 너머 시골과 도시의 풍경을 모두 간직한 '시흥대로'의 모습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시골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도시에서 찾기 힘든 여유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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