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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기 어려운 호암산

길을 잃기 어려운 호암산

 

2월부터 격주로 주말 중 하루쯤은 호암산에 올라왔다. 한 두번 오르다보니 산이 좋아졌고 좋음의 정도는 중증 고소공포증도 다소 잊게 해줄만큼이었다. 산이 좋아지긴 했지만, 가끔씩은 산길이 낯설었다. 그렇다고 해서 패닉에 빠지거나 길을 잃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앞을 살피든, 부산스럽게 이리저러 고개를 돌리든, 길을 잃었다는 기미만 내비추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어디 가시는데요," 하고 묻고는 길을 안내해준 덕분이었다. ', 이 길이었구나, 다음엔 기억해야지' 해도, 한 주만 지나면 초목이 우거지고 새 꽃이 피어 이름 모를 등산로로 변모하기 일쑤였다. 7~8월 초순 즈음에는 정체 모를 나무에서 사람을 홀리는 향까지 났는데 향같은 건 챗지피티한테도 물을 수 없다보니 여전히 2026년 한여름, 2-3주간 은은하고 달콤한 향을 풍기던 식물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추억으로만 품고 있다. 그 향은,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울어대던 혹은 웃어대던 매미나 잽싸게 나무타던 청설모만큼이나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절기가 변하자 그 향도 졌다. 변함 없는 것은, 함께든 혼자든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평온한 얼굴과, 길을 잃을 뻔만 하면 기가막히게 적시에 들려오는 길 안내뿐이다. 비록 덜 익은 도토리같은 초보 등산객이지만, 마음만큼은 호암산의 청설모로서 앞으로도 호암산에서 감히 길을 잃지는 못할 것같다. 즉 길 잃기는 글렀다. 기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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