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공동체경제통합지원센터, 금천곳간

금천 마을 기록관

금천구의 귀여운 것들3 -지도에는 없지만 이름은 3개인 50m도로, 그리고 20m도로

금천구의 귀여운 것들3

제 기록의 주제는 '금천구의 귀여운 것들' 입니다.

 

낯선 동네 금천구에서 기어코 발견해 낸 귀여운 것들! 덕분에 마음 붙이고 잘 살고 있어요. 금천구의 작고 귀여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3부작의 소주제는 iconic figure이며, 이 글로 마무리 됩니다.

 

1. 경복궁 해태와 아이컨택 중인 호암산 석구(260624)

2. 지자체 캐릭터로부터, 금나래 퍼블릭 유니버스(260723)

3. 지도에는 없지만 이름은 3개인 50m도로, 그리고 20m도로(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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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없지만 이름은 3개인 50m도로, 그리고 20m도로

 

 

50m 도로가 거기라고요?

 

금천구에서 금천구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큰 길 건너로. 부동산 사장님은 지도를 보며 여기는 20m도로 쪽이라 들어가면 주택가에요.” ? 20m도로요? 라고 반문하니 50미터 20미터 도로 몰라요?라는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나 금천구에서 2년 살았는데 이제야 금천구민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50m도로는 시흥대로, 20m도로는 독산로를 일컫는 동네 사람들만의 표현. 도로의 너비인 숫자가 별칭이 된 것이 처음에는 딱딱하고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문득 고향 경주가 생각이 났다. 경주 사람들은 구. 경주역(. 경주문화관 1918) 바로 앞 시장을 윗시장, 아래로 펼쳐지는 화랑로로 15분 정도 쭉 내려가 사거리에서 터미널로 가는 방향의 시장을 아랫시장이라고 부른다. 정식명칭이 각각 성동시장과 중앙시장이라는 걸 알고도 늘 그렇게 부른다. 엄마한테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냐고 여쭤보면, ‘언제부터가 아니라 그냥 그래 불렀다하신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이름이지만 동네 사람, 지역민끼리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사투리인 것이다.

 

 

도시개발의 유산에서 구민의 사투리로

 

50m라는 이름에는 이 동네의 입체적인 역사가 담겨 있다. 시흥동은 1968년 시흥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된 뒤 본격적인 도시화의 과정을 밟았다. 당시 도시계획에 따라 지금의 시흥대로가 크게 확장되었고, 한 주민의 구술에 따르면 어린 시절 8m 남짓하던 길이 왕복 10차선, 50m의 넓은 도로로 바뀌었다고 한다1). 논밭과 낮은 집들 사이로 압도적인 아스팔트 대로가 생긴 것이 당시 주민들에게 매우 큰 변화로 다가왔을 것 같다. 그렇기에 너비가 50m나 되는 넓은 도로라는 함의가 있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이 도로의 공식적인 이름은 계속 변화해갔다. 근대 이후 서울과 지방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던 50m도로는 국도 1호선이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고, 수원 방향의 경수대로와 이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후반 도로명주소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광역도로의 명칭과 구간이 다시 정리되면서 현재의 시흥대로라는 이름는 2010년에 정식 고시되었다. 도로의 정식명칭과 주소 체계가 계속 바뀌는 동안 ‘50m도로라는 이름이 반세기가 넘게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지금까지 전해진 이유가 더욱 잘 이해되었다.

 

시흥대로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또 다른 느낌의 도로인 20m도로가 나타난다. 독산로는 전통시장과 아기자기한 가게, 낮은 주택들이 어우러진 정겨운 동네의 분위기가 난다. 시흥대로와 독산로는 체감상 거의 평행으로 이어져 버스 노선도 각자 다른데, 두 도로의 간격은 300m 정도로 멀지는 않지만 다른 생활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50m 길 위에 겹쳐진 정조의 능행차

 

이렇게 이미 애칭과 정식명칭으로 이름이 2개인 이 도로에 또 하나가 더해졌다. 바로 정조대왕로라는 명예도로명. 조선시대 1795, 정조대왕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대규모 능행차 길에 올랐는데, 한강을 건너 시흥행궁과 수원화성으로 향하던 역사적인 길목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맥락이 금천구청 개청 30주년을 맞아, 2025년에 비로소 공식적인 이름(명예도로명)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길가에 걸린 도로 표지판에는 귀엽고 동글동글한 정조대왕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생겨난 숫자 이름이 정겨운 동네의 별칭이 되고, 이제는 귀여운 정조대왕의 캐릭터와 함께 역사의 발자취가 더해진 이 길. 문득 작은 나의 길은 얼마나 다채롭게 어디까지 뻗을지 궁금한 날엔 50m도로를, 시흥대로를, 정조대왕로를 걸어가 본다.

 

 

1) https://www.seoulcit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284&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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