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립독산도서관에 오면 없던 야망이 깨어난다.
금천구립독산도서관에 오면 없던 야망이 깨어난다. 어느 나무에 붙은 이파리만큼이나 책을 많이 읽고 싶고, 책장 하나를 위에서 아래까지 모조리 읽어내고 싶어진다. 그토록 거센 욕심은 스스로에게도 낯설다. 나는 쇼츠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독서에 관한 가장 새롭고도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는 곳은 단연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이다.
이곳은 위치부터 어딘지 모르게 철학적이다. 통창 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다. 계절이고, 시간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느슨한 연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도서 검색대 앞에서는 누군가 김경일의 심리학 책을 찾고, 그 옆에서는 누군가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선을 읽는다. 표정이 사뭇 심각한 걸 보니 매들라인이 관에서 막 걸어 나온 순간이라도 만난 모양이다. 나는 한편에서 AR 2점대 어린이 영어 원서를 펼친다.
주인공 Arthur도 글쓰기를 앞두고 고민한다. 동생과 친구, 가족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고르고, 발표에는 노래와 춤까지 곁들인다. 대중성을 의식해 이야기를 다듬을수록 오히려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아이러니. 얇은 그림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한다. 자기다움을 보여줄 용기가 어쩌면 대중성의 출발점인지도 모르겠다고.
매직아워가 가까워질 무렵, 도서관 밖 나무들은 7월의 햇살 아래 반짝이며 흔들린다. 이곳의 모든 책을 나 혼자 읽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사가 서로 다른 수많은 금천 사람들이 각자의 텍스트에 깊이 잠겨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심리학을, 누군가는 추리소설을, 누군가는 어린이 그림책을 읽으며 저마다 책장의 빈틈을 메워 간다.
책장의 여기부터 저기까지, 그리고 저기부터 여기까지. 우리는 서로 다른 책을 읽지만, 함께 하나의 도서관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천독산구립도서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