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공동체경제통합지원센터, 금천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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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 순이의 집 관람기

금천 순이의 집 관람기

가산디지털단지역 2번 출구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편의점과 나무 사이에 우뚝 서 있는 표지판이 있다. 나는 생각 없이 길을 걷거나, 목적지가 아닌 곳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그 근처를 돌아다닐 때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 그곳엔 금천 순이의 집이라고도 불리는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 체험관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과 내비게이션을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처음에는 내가 길을 잘못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층 주택가들이 즐비하게 있다. 이 중 금천 순이의 집은 어디인지 기웃 기웃거리다 여기가 맞나 하며 혹시하고 들어간 곳, 그곳은 2층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나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으리으리한 아파트형 건물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방문하는 곳도 거대할 줄 알았는데, 그곳은 내가 어린이가 된 것처럼 작은 단층 건물이었다.

 

처음에는 직원이 어디 있는지 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개의 방이 연달아 있었고 1~2평 남짓한 각각의 방에는 그 시대의 옷, 가구, 텔레비전, 미싱기 등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2층 사무실로 가서 서울 공공서비스 예약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직원이 나와 영상관에 같이 가주셨다. 안을 둘러보니 뒤에는 오백만 불 수출의 탑 그림과 여러 개의 의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직원이 내 이름을 물어보고는 오후 1시에 있는 점심(點心) 영상전도 예약한 거 맞냐며, 원래는 예약한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영상을 보는 게 맞는데, 오후에 다시 발걸음하면 귀찮을 거라며 온 김에 지금 영상 보고, 설문 조사까지 하라고 안내해 주셨다.

 

영상은 3분도 채 안 되는 AI로 만들어진 짧은 영상이었지만, 1970~80년대 그 시대 여공들의 삶과 현재의 직장인의 삶을 비교해 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시청 및 설문 조사 후 커피 기프트 카드와 함께 넷마블 게임박물관 입장권을 받게 되었고, 직원과 1층 내려오게 되었다. 비가 와서 계단이 미끄럽다고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친절한 직원과 함께 기획전시관에 가서 태블릿을 빌려 AR 체험을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 다른 직원분께 태블릿을 받아 AR 체험 시작!

 

소나기 오는 아침에 방문해서인지 안에는 영어를 쓰는 아이들 2명과 그들의 엄마밖에 없었고 덕분에 사람들로 인산인해 북적북적한 것이 아닌, 편안하게 관람하였다. 1층은 공동 세면장과 공단 노동 및 인권 운동 역대기가 큼직큼직한 숫자로 연도와 날짜가 보기 쉽게 쓰여 있다. 그리고 그때 당시의 신문이 같이 붙여져 있어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나는 태블릿에 나온 대로 공동 세면장 앞에서 여공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는 순이의 방, 비밀의 방도 보고, 정치인 심상정 의원이 미싱사를 했던 회고록도 보게 되었다.

 

1층 관람을 다 하고 나서 처음 갔던 지하 벌집 쪽방을 갔고, 태블릿에 나오는 대로 참여하니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그 시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태블릿으로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석탄으로 라면 끓이기, 유행하는 옷 착장하기 등 즐길 수도 있었다. 하라는 대로 하면 태블릿의 캐릭터가 잘했다면서 칭찬해 주며 도장을 꽝 찍어주는 것도 자아 효능감에도 좋아 보였다. 이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많이 데려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봉제방, 생활방, 패션방, 문화방, 공부방, 추억방 정말 하나하나 잘 꾸며져 있어서 감탄했다. 이렇게 비좁은 단칸방에 몇 명이 같이 지냈다는 것도, 이 건물 자체가 작은 것도 그 당시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잘 나타낸 것 같아서 마음이 울컥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지하도 아니고, 옹색하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나 혼자 화장실을 마음껏 사용하는데 그분들 덕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한 것 같아 감사했다.

 

밖으로 나오면 1층 가리봉 상회가 있는데, 상회라는 이름답게 내가 좋아하는 브이콘, 라면땅을 비롯한 먹을거리와, 구슬, 제기, 민속 팽이 등등 즐길 거리가 있다. 이 외에도 5개의 도장과 짧은 글이 있는 도장 찍는 종이도 있어 도장도 찍을 수 있다.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 체험관이라고 하여 어둡고, 암울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꽤 교육적이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근로조건을 개선한 점은 참 희망적이고,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이분들의 피, , 눈물 덕에 지금의 나도 편하게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밖에도 금천 9경 스탬프 투어 가능한 제5경 금천 G밸리와 순이의 집 도장도 있어 찍을 수 있고,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금천 순이의 집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 체험관] 도보 역사 투어에도 순이의 집이 포함돼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 체험관을 즐길 수 있다. 나도 시간이 나면 금천 9경 스탬프 투어와, 도보 역사 투어도 참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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