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10.29-2026.07.15). 가산 독산 시흥
(1977.10.29-2026.07.15).
가산 독산 시흥
이라고 적는 것보다
[가산] [독산] [시흥]
이라고 적었을 때,
단어 하나하나를 더 띄엄띄엄 읽게 됩니다.
그리고 전자는 동들의 연속성이 떠오르는 반면에 후자는 동들 각각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이번달 기록으로, 제가 좋아하는 건물 중에서
"이 안은 내 영역으로 해도 될까?" 라고 말하는 건물들을 데려와봤습니다.
줄지어 서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자신만의 완결성을 갖기 위해, 대칭의 얼굴에 몸 양끝에는 [ 괄호 ]를 쳤습니다.
o O [ㅇ] O O o o [o] O o o
하는 말은 비슷하지만 말하는 세기가 다릅니다.
주요 몸체보다 튀어나온 벽처럼 보이는 대괄호
[이 안은 내 거! 나! 주인공!]
양끝 창 크기는 줄이고 벽 크기는 늘려, 여러 층을 아우르는 기둥처럼 보이는 중괄호
{여기부터 여기까지 내 공간이야}
계단실이 있음에도 아닌 척 겉모습을 화장해 대칭얼굴을 만든 소괄호
(너희랑 어울리고 싶긴 한데, 나를 잃고 싶지 않아)
그런데 기록을 이어가던 중 시흥대로를 걷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소괄호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한번씩 눈마주치고 가는 건물 대신, 무너진 몸을 깔고 앉아 고개를 까딱거리는 포크레인과 뿜어지는 물줄기가 보였습니다.
오늘도 고향이 조금 뜯겨 나갔습니다.
예쁜 줄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예쁨을 발견했던 순간의 기억, 그리고 더 옛날, 친구들과 처음으로 샐러드바라는 곳을 이용해본 피자가게의 기억을 되살려주던 현실의 장소가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일상 속에서 이 건물을 마주칠 때마다 기억이 떠오른 덕분에 이 기억이 아직까지도 제 몸 속에 남아 있는 것일 텐데, 이제 전혀 다르게 생긴 새 건물이 올라오면, 전에 무슨 건물이 있었는지 잊어버리게 되고, 이 건물이 주던 제 기억도 잊게 될 것 같아요.
10년 전만 해도 이 건물 옆에 네모창을 가진 4층 건물들이 주르륵 시흥대로의 높이를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10층이 넘는 커튼월 유리 건물들이 시흥대로의 높이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건물들은 점으로 박혀 있습니다.
금천구의 배경으로 서 있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