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공동체경제통합지원센터, 금천곳간

금천 마을 기록관

카메라를 들고 걸어본 금천

카메라를 들고 걸어본 금천

 

금천구를 사진으로 담는 일은 특별한 명소 하나를 찾아가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디지털단지의 유리창, 철재상가의 낡은 간판, 오래된 주택가의 대문과 상점 앞 화분, 안양천 위로 부서지는 빛, 그리고 관악산과 삼성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길까지. 금천구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풍경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겹쳐 있다.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걷다 보면 이곳은 찍을 것이 많은 동네라기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1. 반복되는 유리창, 서로 다른 하루 - 가산디지털단지

 

2. 금속의 표면에 남은 동네의 시간 - 철재상가

 

금천구 철재상가는 철판과 파이프, 공구와 각종 자재가 오가는 산업 유통의 현장이다. 가산디지털단지가 지식산업과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한 금천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철재상가는 물건을 만들고 손보고 옮기는 일이 이어져 온 또 다른 산업의 풍경을 품고 있다. 작업장 앞에 놓인 자재, 골목을 드나드는 차량은 이곳이 그저 과거에 머무른 상가가 아니라 지금도 숨가쁘게 움직이는 일터임을 말해준다.

 

사진을 즐기는 이에게 철재상가는 거리 곳곳의 재질과 구조의 재미를 발견하는 장소다. 바랜 간판의 글씨, 쌓여 있는 금속 자재, 녹슨 철판과 용접 자국, 별가루처럼 반짝이는 절삭 조각, 파이프와 전선이 만들어내는 질감과 선은 화면 안에 다채로운 리듬을 만든다. 단단하고 거친 재료 사이에도 예상보다 많은 색과 빛이 숨어 있어, 시선을 조금만 낮추거나 가까이 옮기면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철재상가를 사진으로 담는 일은 낡음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셔터를 여는 손, 자재를 싣고 내리는 차량, 작업장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골목 한편의 작은 식당에는 켜켜이 쌓인 노동과 생활의 시간이 함께 남아 있다.

 

철재 상가에서는 금속의 견고함과 사람들의 움직임, 오래된 거리와 현재의 분주함, 작업의 긴장감과 골목의 일상이 한 공간 안에서 포개진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걷다 보면 금천구는 산업도시라는 한 단어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표정과 재료를 가진 동네로 보이기 시작한다.

 

철재상가의 골목을 지나면, 일터의 풍경은 곧 진득한 생활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3. 대문과 담장 앞에 쌓인 이야기들 - 금천의 주택가와 상점

 

주택가에는 벽과 문 뿐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창틀에 옹기종기 놓인 화분들은 빛을 머금으며 생동하고 있었고, 초록빛 담쟁이는 붉은 벽돌벽과 서로의 영역두고 싸우듯 번져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가게의 간판은 세월과 넝쿨에 뒤덮여 적막했으나, 어느 분주한 가게 앞에는 화사한 꽃송이들이 먼저 마중나와 사람들을 반겼다. 이곳에서는 담장과 대문을 넘어 사람들의 삶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골목을 걷는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누구의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계속 초대를 받아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분갈이를 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화분을 하나하나 늘려갔을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청사과 색깔의 기와와 그 주변을 채운 푸른 식물들의 어울림에 감탄하며 셔터를 누른다. 청기와 맨숀, 빌라 입구에 이런 싱그러운 색의 기와를 올릴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상상해보게 된다. 덕지덕지 자란 덩굴 식물들을 보며 담장을, 문앞을, 집의 벽과 창문을 꾸미고자 씨앗을 심었을 어느 손을 가만 떠올려 보기도 한다. 손길들이 모여 골목의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이라는 존재의 구석구석에 누군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래된 골목이라서 따뜻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따뜻한 것이었다.

 

골목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공간이 시간과 사람을 만나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며 사진에 담아내는 즐거움을.

 

대문과 담장이 품어낸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물가를 향해 발길을 옮겨본다.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