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빌딩 숲에서 '우리 동네'가 되기까지 : 금천구 전입 2년 차 기록 - 1
낯선 빌딩 숲에서 '우리 동네'가 되기까지 : 금천구 전입 2년 차 기록 - 1
이직한 동네로 이사하며 처음 마주한 금천은 출퇴근 시간의 압도적인 인파와 쉴 새 없이 교차하는 자동차 불빛이 가득한 건조한 동네처럼 보였다. 타지인인 나에게 금천구는 그저 치열한 '일터'의 이미지가 강했던 곳이었다.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일 하는 곳'. 약간의 낯섦과 긴장을 품은 채 나는 서툰 이방인 생활을 시작했다.
평일 아침 출근 시간이면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인파의 물결에 휩쓸려 내 속도와 상관없이 앞만 보고 걷게 되는 출근길.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문득 소름이 돋았던 날도 있었다. 물론 내 얼굴도 그들과 똑같았겠지만) 밤이 되면 야근하는 사무실의 불빛으로 가득 찬 빌딩 숲. 문을 열고 나서면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인 공간에서, 내 방 한 칸을 제외한 모든 금천의 거리는 묘하게 서먹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나는 내가 사는 곳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사계절을 두 번 거쳐 가며 2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는 동안, 비로소 이 동네의 진짜 얼굴이 나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1. 안양천
그 시작에는 안양천이 있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정을 붙인 곳. 회색빛 빌딩 숲 너머로 펼쳐진 선물 같은 공간. 퇴근길이나 주말 아침 안양천 산책길을 걷는 시간이 언젠가부터 소소한 낙이 되었다.
안양천은 그런 내게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부지런히 바꾸어 가며 보여주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길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고(진짜 나만 알고 싶다), 뒤이어 계절마다 이름을 바꾸어 피어나는 다채로운 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량한 겨울에도 소복하게 눈이 내리면 제법 근사한 운치를 풍긴다.
마음이 유독 복잡하거나 이유 없이 울적할 때마다 나는 버릇처럼 안양천을 찾게 됐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낮 동안 쌓였던 상념들이 흐르는 물에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듯했다. 겉돌기만 하던 내가 이 동네에 비로소 정을 붙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기에, 나에게 안양천은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애착이 가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