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의 배경을 만들어온 솔직한 건물들
화려한 건축물보다는 사람들이 편안할 수 있게 묵묵히 서 있는 배경 같은 건물들을 좋아해요!
건축 공부를 하며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스몰토크로 자주 받는 질문, "어떤 건축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하게 되는 대답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대부분의 저층 붉은 벽돌 건물들을 좋아했고, 지금은 그 중에서도 누군가가 애쓴 흔적 덕에 솔직해진 건물들을 좋아합니다.
건물들은 누가 건물 옆에 서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은근-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해냅니다.
그냥 벽에 구멍을 뚫기만 해도 창문이 되는데, 굳이 창문 위에 눈썹처럼 상인방을 끼워넣어, "나를 봐줘! 나 열려 있어!" 라고 말하거나,
"한 건물이지만 각 방마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지내고 있어." 혹은 반대로, 리듬규칙을 만들기 위해 전체 층을 아우르는 면을 굳이굳이 하나 더 덧대서 "우린 개별 건물이지만 같은 묶음으로 봐주면 좋겠어." 라고 하기도 하고,
"이 부분은 방 하나가 길면서 넓고, 저 부분은 방 하나가 짧으면서 좁아." 라는 말도 합니다.
인간이 보고 알아 듣기에, 이제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표현들이 됐고 심지어 간판으로 가려져 더 알아채기 쉽지 않아졌지만, 덕분에 가만히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학교 가는 등굣길이 버스로 1시간반이 걸리기도 하고 2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이런 건물들 덕에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긴 길이라 창밖을 잠깐씩만 보는데, 신기하게도 자주 눈 마주치는 건물들이 생기고 또 늘어, 반가움도 쌓이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물들은 오래 살기도 했고 너무 작은 소리로 말을 해서 매력이 없어 보이기도 쉬운 터라, 자주 철거 대상이 됩니다. 낡은 건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동네를 만들어온 건물로 보여지면 좋을 텐데. 기능적으로 고칠 부분 고치고, 필요한 부분 덧 대면서 같이 살 수는 없으려나. 철거용 가림막이 쳐지면, 아 또 우리 고향이 조금 뜯겨나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제 고향을 디지털 공간에라도 담아둘 겸, 그리고 내가 아는 즐거움을 다른 분들에게도 조금 나눠볼 겸 기록을 해보고자 합니다.
최종 목표는 건물들의 입면(얼굴이 되는 면)을 그려서 기록하고, 몇몇은 입체모형으로 간단하게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